EAT/Priv-ate2018. 10. 14. 16:07

텐동을 처음 접한 건 도쿄의 보급형 텐동 프랜차이즈인 '텐야(天丼てんや)였는데, 익히 알고 있던 바삭함보다는 부드럽고 촉촉한 튀김옷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그 후 홍대 인근의 후쿠야에서 일본과 거의 흡사한 형태의 텐동을 내놓았지만, 그 일대의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후쿠야는 폐업하고 말았다. 그 이후로 '튀김덮밥'이 아닌 '텐동'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졌는데...



서울에 일본의 텐동 전문점이 분점을 열었다. 상호에 들어가는 '시타마치(下町. 서민이 사는 동네)'라는 명칭과 어울리지 않을 서울의 중심지인 종로에. 본점은 도쿄의 대표적인 시타마치인 아사쿠사에 위치해 있으니 상호에 납득은 가지만 서울 분점은 왠지 아이러니한 위치 선정... 오히려 '본정통(本町通)'에 가깝지 않을까.
이 포스팅을 위해 '도쿄 텐동 랭킹' 키워드로 검색해본 결과, 시타마치 텐동 아키미츠는 여러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뜨내기가 한국을 호구로 보고 들어온 건 아니란 뜻이다. 



일본 현지에서 텐동 한 그릇의 가격은 재료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이곳 역시 7,000원부터 55,000원까지 다양한 라인업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탄수화물(특히 밥) 섭취를 줄이고 있어 밥 양이 적다는 '스미레 텐동'(13,000원)을 주문했다. 아나고(붕장어), 새우, 고구마, 꽈리고추, 파프리카 튀김이 올라가는 메뉴.
메뉴 중 메뉴 중 '고다이메 텐동'이란 게 있는데, 고다이메(5代目)는 '5대 째'라는 뜻. 그러고 보니 아사쿠사 본점은 창업 120년이 넘었고, 지금의 주인이 5대 째일 듯.



아사쿠사 본점 홈페이지의 스미레 텐동과 비교해보니 서울 종로점의 메뉴 구성은 동일하거나 거의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메뉴가 만든 이의 고민과 검증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래로, 일단 첫 입은 별도의 소스 등을 뿌리지 않고 내온 그대로 먹는 버릇이 생겼다.
일본의 텐동집들이 산초 가루나 별도의 타레(소스)를 테이블에 비치해놓는 것과 달리 이곳은 텐동 / 츠케모노(고추절임과 단무지) / 미소시루(된장국) 딱 세 개만 내놓는데, 이것 역시 고민과 검증의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꾸미와 밥의 밸런스도 좋고 타레의 양도 적절한 편이다.



세 번째 방문 후에야 쓰는 포스팅인데, 그 중 두 번은 아나고(붕장어)가 품절되어 본의 아니게 메뉴판의 구성과 다른 튀김이 올라간 텐동을 먹어야 했다. 다른 포스팅들을 봐도 아나고는 심심찮게 품절되는 듯하니 식사시간대가 시작되는 타이밍에 맞춰서 방문하기를 권한다. 생각해보면, (붕)장어 한 마리가 통으로 올라가는 식사 메뉴를 13,0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것도 굉장한 호사다.


https://akimichu1005.owst.jp/  아사쿠사 본점 홈페이지(일본어)

https://www.facebook.com/tendonakimitsukorea/ 서울 종로타워점 페이스북 페이지(한국어)

https://www.instagram.com/shitamachitendonakimitsu/ 서울 종로타워점 인스타그램(한국어)

Posted by wolfriday
EAT/Priv-ate2018. 9. 24. 00:14

동선 상에 있는데 언제나 배 부를 때만 지나가거나 먹어보려고 가봤더니 줄이 엄청 길어서 못 들어가본 집.
연휴의 힘을 빌어 드디어 입성하다.



꼼장어는 식사보다는 안주의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이 집은 밥때라고 보긴 이른 오후 5시부터 이미 만석.



메인 상호는 '꼼장어'인데 간판 옆을 보면 아주 작게 '공평식당'이라고 적혀 있다. 이를 증명하듯 꼼장어 이외에도 여러 구이는 물론 식사 메뉴까지 갖추고 있다. 그것도 꽤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러나 사람들은 거의 꼼장어만 주문하는 듯하다.



구이 메뉴를 주문하면 기본찬이 차려지고 곧이어 단촐한 숯불 화로가 놓인다.
이 화로의 역할이 대단하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함)
딸려나온 양파는 고추장에 넣어 먹도록 직원이 유도했고, 그 맛이 꽤 좋았다. 백김치나 무쌈 역시 그 완성도가 높아 구이 메뉴의 좋은 곁들이가 되어준다.



계란찜은 4,000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하게 물 없이 계란으로만 잘 쪄냈다. 고깃집의 서브 메뉴일 때 종종 가장자리가 타서 쓴 맛이 나곤 하는데, 이 집은 불 다루는 솜씨가 대단하여 계란찜 마저도 거의 완벽한 상태로 온기까지 머금게 만들어낸다.



양념구이 1인분+소금구이 1인분의 꼼장어.
숯불의 양과 화로의 깊이가 절묘하여 양념된 식재료를 태우지 않으면서 불맛은 잘 살리는 절묘한 불땀을 보여준다. 가볍게 짜낸 레시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손님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시간에 시킨 1차 주문분의 초벌 정도는 딱 좋았는데, 손님이 몰린 후에 추가 주문한 양념구이는 1차보다 좀 언더쿡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약해진 숯불이 그 언더쿡을 커버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 살짝 아쉬웠다.

이 가게가 노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사람이 많아도 맛의 저하 없이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다면 그게 시스템이고 품격 아닐까 싶다. 좋은 가게다.



Posted by wolfri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