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은 대체 누가 발견한 걸까요. 감사하게도" (팀 막내)
일본에서 피가 비치는 돈까스를 처음 접했을 때의 쇼크도 벌써 10년 가까운 기억이 되었는데,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게 된 이후로 핏기가 남은 돼지고기를 먹는 게 그다지 낯설고 위험해보이지만은 않은 시대가 됐다. 갈고리촌충 바이바이
정돈은 매우 영리한 레시피를 뽑아낸 돈까스집이다. 소위 '미식'의 기준이 되는 클리셰들 중에서 덴푸라를 츠유가 아닌 소금에 찍어 먹는 게 있는데, 말하자면 정돈은 기존의 돈까스 소스뿐만 아니라 소금도 같이 내놓아 이 요리를 '돈까스'의 영역에 가두지 않고 튀김의 영역으로 출전시킨다.
대학로에 있는 본점은 2~4인 테이블이 메인에 로스/히레 구분 없이 커팅 후 단면을 보여주는 모양새로 플레이팅되며, 찍어 먹는 소금이 2종에 일반 된장국. 더운 여름의 강한 에어컨 바람에 고기 단면이 식어버려서 좀 아쉬웠다.
반면 가로수길에 있는 '프리미엄'은 주방 앞에 길게 놓인 바 좌석이 메인에 로스만 커팅돼 서빙된다. (단면은 보여주지 않음) 그리고 찍어 먹는 소금이 4종이며 된장국은 돼지고기와 야채 고명이 추가된 '돈지루'를 내놓는다.
가로수길 프리미엄에는 수량 한정 메뉴인 상 로스(280g)가 있는데, 첫 방문 시에 먹었을 때는 이게 그렇게 난이도 높은 메뉴일 줄 몰랐다. 초행 이후로 단 한 번도 재고가 없었다. 심지어 품절 소식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종종 보인다.
'바짝 익혀 먹는 것'이라는 한국 돼지고기의 핸디캡을 튀김, 그것도 돈까스라는 형태로 극복해나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정돈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지 않을까. 물론 상응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하지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