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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22 공평동 꼼장어 본점

wolfriday 2018. 9. 24. 00:14

동선 상에 있는데 언제나 배 부를 때만 지나가거나 먹어보려고 가봤더니 줄이 엄청 길어서 못 들어가본 집.
연휴의 힘을 빌어 드디어 입성하다.



꼼장어는 식사보다는 안주의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이 집은 밥때라고 보긴 이른 오후 5시부터 이미 만석.



메인 상호는 '꼼장어'인데 간판 옆을 보면 아주 작게 '공평식당'이라고 적혀 있다. 이를 증명하듯 꼼장어 이외에도 여러 구이는 물론 식사 메뉴까지 갖추고 있다. 그것도 꽤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러나 사람들은 거의 꼼장어만 주문하는 듯하다.



구이 메뉴를 주문하면 기본찬이 차려지고 곧이어 단촐한 숯불 화로가 놓인다.
이 화로의 역할이 대단하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함)
딸려나온 양파는 고추장에 넣어 먹도록 직원이 유도했고, 그 맛이 꽤 좋았다. 백김치나 무쌈 역시 그 완성도가 높아 구이 메뉴의 좋은 곁들이가 되어준다.



계란찜은 4,000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하게 물 없이 계란으로만 잘 쪄냈다. 고깃집의 서브 메뉴일 때 종종 가장자리가 타서 쓴 맛이 나곤 하는데, 이 집은 불 다루는 솜씨가 대단하여 계란찜 마저도 거의 완벽한 상태로 온기까지 머금게 만들어낸다.



양념구이 1인분+소금구이 1인분의 꼼장어.
숯불의 양과 화로의 깊이가 절묘하여 양념된 식재료를 태우지 않으면서 불맛은 잘 살리는 절묘한 불땀을 보여준다. 가볍게 짜낸 레시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손님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시간에 시킨 1차 주문분의 초벌 정도는 딱 좋았는데, 손님이 몰린 후에 추가 주문한 양념구이는 1차보다 좀 언더쿡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약해진 숯불이 그 언더쿡을 커버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 살짝 아쉬웠다.

이 가게가 노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사람이 많아도 맛의 저하 없이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다면 그게 시스템이고 품격 아닐까 싶다. 좋은 가게다.